[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약선(藥線)은 약(藥)과 음식 선(膳)을 합친 말로 약이 되는 음식이란 뜻이며 요리와 한약의 결합을 통해 약으로 보자면 맛있고, 음식으로 보자면 건강을 증진시키는 요리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여름철 약선 요리가 삼계탕과 보신탕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의 대부분의 전통요리에는 약선의 의미가 숨어 있다. 실제로 여름의 더위를 상징하는 복(伏)날은 개 견(犬) 자에서 왔으며 이를 이겨낼 방법 역시 개[犬]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신(保身)을 위한 요리도 생활 여건의 변화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면서 부침을 겪으나 한편으로는 다양한 선택을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름의 삼계탕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대표적인 요릿집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채부동의 삼계탕 집으로 들깨를 갈아 국물을 낸 것 같은데 참 맛있고, 다른 하나는 법원리의 초계탕으로 닭고기의 기름기를 쫙 뽑아내서 참으로 잘 삶았다. 우리 한의원의 진료 특성상 대부분 환자에게 닭고기를 금기 음식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삼계탕을 권하는 것이 모순된 행동이고 나 자신도 닭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아 자주 접하진 않는데, 이 집에 가면 꼭 닭 한 마리를 더 먹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오리고기는 주된 식탁 음식은 아니지만,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이보다 좋은 음식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 나라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닭고기만큼이나 오리고기를 많이 섭취한다. 따라서 중국은 여름 약선 요리로 오리를 이용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동충하초 오리탕(冬蟲夏草鴨湯)이 있으며 간편하게 오리 무국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오리가 여러모로 궁합이 맞는 음식이며 건강 음식인데 오리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친근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삼계탕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이냐?
여름 보양식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삼계탕이다. 특히 복날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필수 음식으로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 내렸다. 그럼 왜 보기만 해도 뜨근뜨근한 삼계탕을 먹고 “어! 시원하다!”라고 하는 여름 보양식이 되었을까? 차갑고 개운한 음식이 여름에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닭고기는 소화 흡수율이 높고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여 아이와 노약자에게 좋고 그 성질이 따뜻하다. 더구나 값이 싸고 맛이 좋은 데다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견주어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비타민A 함량은 다른 육류보다 월등히 높아서 눈이 쉽게 피로하고 시력이 약한 아이에게 좋고, 다른 육류에 견주어 열량이 낮아 체중조절을 하는 사람과 회복기 환자, 신체 활동량이 적은 노인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삼계탕은 닭고기와 인삼의 조합으로 뜨거운 아궁이의 장작불과 같은 이미지를 지닌 음식이다. 곧 여름에 군불을 때서 방안의 눅눅한 습기를 제거하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 몸의 습기를 순환시켜 활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몸은 더워지지만, 몸의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활력으로 승화가 되어 몸이 가볍고 개운해진다. 그런데 이러한 삼계탕을 자주 먹거나, 특히 습의 정체가 없을 때 먹으면 우리 몸은 더워서 못 견디는 상황이 초래된다. 그러므로 적절하게 먹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적절히 먹는 횟수는 달력에 적혀있다.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 초계탕 요리를 해 보자
초계탕에 대한 다양한 조리법은 인터넷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되고 여기에서 핵심은 적절한 식초의 사용과 닭고기를 얼마나 잘 삶는가? 하는 부분으로 엄마들의 요리 솜씨에 의하여 맛과 건강이 좌우된다. 초계탕은 닭을 푹 고아서 진하게 만든 국물을 차게 식혀서 냉국의 형태로 먹는 보양식으로 초계는 식초의 ’초(醋)’와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인 ’계’를 합친 것이다.
식초는 본래 식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널리 쓰였는데 중국의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조선후기 서유구(徐有榘) 사 쓴 농촌의 생활전반을 다룬 정책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살사독에 좋으며 소독하는 약재로 쓰였다고 하고, 고려 고종 때의 의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부스럼이나 중풍 등을 치료하고 온갖 물고기와 짐승 고기 그리고 채소의 독을 없애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식초는 피를 맑게 하고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강력한 살균력으로 항균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한, 옛날에는 아이들이 나쁜 짓을 하면 식초를 먹이는 풍습이 있어 식초를 주술적인 의미로도 사용하였다.
따라서 여름은 땀을 많이 흘려 쉽게 피로할 수 있으므로 닭에 식초를 넣은 초계탕으로 몸을 보하곤 하였다. 초계탕은 주로 북한에서 여름에 즐겨 먹는 보양음식이었지만, 원래는 궁중요리 가운데 하나로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고 메밀국수를 말아 녹두묵과 함께 먹는 전통음식이다.
■ 동충하초 오리탕(冬蟲夏草鴨湯)으로 맛과 건강을 누리자
우리나라 오리요리로는 로스구이나 훈제 바베규, 진흙구이 등이 많은데 중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오리를 요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북경오리(北京鴨-뻬이징까오야)의 바비큐 요리로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도 했지만, 집에서 요리하기가 어려워 널리 퍼지지 않았다.
동충하초 오리탕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집에서 수월하게 요리할 수 있으며, 다양한조리법이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조리법은 충조전압탕(오리에 동충하초와 여러 약재를 넣어 육수와 함께 끓인 탕)을 참고하여 요리하는 것이 약선에 근접한 요리 방법이며 구할 수 있다면 청둥오리를 구하여 오리탕을 만들면 맛과 건강면에서 좀 더 우월한 것이 된다.
청동오리 한 마리에 생강과 양파를 크게 썰어 오리 뱃속에 깔고, 말린 동충하초 15개 정도를 넣는다. 찜통에 정향(丁香)과 육계(肉桂), 초두구(草荳蔲) 등의 약재를 조금만 넣고 고기 뼈를 푹 고아 만든 육수를 부어 한 시간 이상 끓인다. 간은 후추와 소금으로 맞추고 술을 조금 넣어 냄새를 제거하면 완성된다. 기생성 버섯인 동충하초는 가장 효능이 좋은 박쥐나방의 애벌레에서 자란 것을 추천하며 맛이 달고 순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음식과 궁합이 좋으며 신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강장, 진정 빈혈에 효과가 있다.
동충하초 오리탕의 주재료인 청둥오리는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식재료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지방 함량이 적은데 지방마저도 불포화 지방이 주를 이루어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지방산을 제공하는 요리로 건강에 도움이 되고 체중 조절을 하시는 분들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여름철 더위를 먹은 사람에게 효과가 좋고 소변을 시원하게 나오게 하며 독기를 제거해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한다고 했다. 또한, 여름 냉방병으로 고생하거나 기침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되며 오한이나 큰 병을 앓고 난 후, 그리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심한 경우에 좋다.
■ 제철과일은 항상 진리다
여름철 과일의 첫 번째 역할은 수분의 공급과 더불어 시원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적절한 당분을 제공하여 무기력해지는 몸과 정신에 달달한 과일로부터 제공되는 당분은 소화에 부담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박은 한과(寒瓜) 라고 불릴 만큼 성질이 찬 음식인데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모든 청과 가운데 수분이 94%이상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기에 여름에 적당한 음식이며 더구나 그 성분이 비타민A, B, C를 비롯해 단백질, 포도당, 과당과 회분, 칼슘, 인, 철 등의 무기질이 조금씩 고루 함유되어 ‘자연산 전해질 음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수박이 여름의 더위와 갈증을 해소시키는 작용이 있는가 하면 소변을 순조롭게 해주는 이뇨작용도 하고, 혈압을 내려주는 혈압강하 작용도 한다. 또 숙취, 구내염과 신장염으로 부은 증상은 물론 황달ㆍ당뇨ㆍ고혈압 등에 좋아 민간요법으로 쓰였으며 수박 겉껍질에도 이와 비슷한 효능이 있다.
아이들의 경우 수박탕을 만들어 먹이면 몸이 자주 붓는 데에 효과적이며, 또 오줌소태ㆍ신장염ㆍ해열에 좋다. 이 밖에 민간요법으로 입안이 허는 구내염에 수박즙을 물고 있거나 수박 껍질 태운 재를 갈아서 꿀에 버무려 입에 물고 있으면 빨리 아물며 수박을 먹고 체하면 수박 껍질을 달여서 마시게 하면 풀린다.
수박과 더불어 참외도 비슷한 효과가 있으므로 수박과 참외는 여름철 형제 대표과일이라 할 수 있다. 단 참외의 경우 반드시, 꼭, 잘 익은 걸 먹어야 한다. 설익은 참외로 무를 먹는 느낌의 식감의 참외는 체하기 쉬우며, 반대로 푹 익어서 수박과 비슷한 식감으로 먹는 참외는 체한 것을 풀어줄 정도로 소화를 도와주는 약이 될 수 있는 과일이다.
■ 여름과일의 이단아 복숭아는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
여름의 건강식으로 열성을 지닌 닭고기를 취하듯 과일에서 복숭아는 따뜻한 성질을 가져 몸을 덥혀 준다. 그 때문에 복숭아는 여름철 속이 냉하고 배가 아프며 설사가 잦은 아이에게 좋은 과일이다. 흔히 무릉도원 신선의 세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과일이 복숭아이며 선도로 칭하는 복숭아는 그만큼 맛과 향이 뛰어나고 기운을 살려 주며 기분을 편안하고 즐겁게 이끌어주는 과일이다.
복숭아는 비타민C가 많고, 펙틴 성분도 비교적 풍부해서 잼이나 젤리로 만들어 먹거나 말려서 먹기도 한다. 또 복숭아는 과일주로도 적격이어서 복숭아술은 향기가 그윽하고 매우 순한 반주(飯酒)로 기분이 좋을 때 한잔, 기분 좋게 하려고 한잔하기에 적합한 술이라 하겠다.
복숭아는 폐가 약한 아이들에게 약이 되는 이로운 과실인데 특히 복숭아씨를 도인(桃仁)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가래를 삭일 때나 천식ㆍ기침에 또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을 다스릴 때 활용하고 혈액을 맑게 하고 위장기능을 개선하는 작용을 한다.
민간요법으로 생선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면 복숭아를 껍질 째 먹고, 코안이 헐면 복숭아 잎을 찧어 거즈에 싸서 코를 막으면 낫는다. 또 땀띠ㆍ습진의 예방과 치료에 농약이 묻지 않은 복숭아 잎을 달인 물을 섞어서 목욕하면 도움이 된다. 그대로 넣어도 좋지만 달인 물이 더 좋다.
June 28, 2020 at 08:4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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