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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10, 2020

[추억의 요리산책] 애호박 새우젓찌개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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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새우젓찌개 애호박 새우젓찌개

애호박을 보면 흥부네 가족사가 떠오른다. 착한 흥부와 달리 놀부는 얄궂은 데가 있었으니 그 뭐라나, 장기(臟器)가 하나 더 달렸다지. 놀부에게는 '심술보'라는 특이한 장기가 왼쪽 갈빗대 아래 불룩하게 붙었다는 것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고추밭에 말 달리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똥 누는 애 주저앉히기, 애호박에 말뚝박기 등 그 행위가 참으로 심술궂다. 애호박은 아마도 놀부를 무서워하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 놀부가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애호박에 말뚝이야 박겠냐마는, 함부로 칼질하면 놀부와 다를 바 없다.

호박 암꽃의 꽃받침 아래에는 비취색의 동그란 보석이 달려있다. 햇살과 바람을 먹으며 주먹만큼 자라면 그게 애호박이다. 담장, 옥수수밭 두렁, 나뭇가리를 타고 오른 무성한 이파리 아래 매달린 호박, 꼭지를 딸 때 "톡" 소리는 경쾌하다. 이맘때면 애호박을 텃마루에 줄 세우고 흥부전을 떠올렸던 유년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가마솥 밥이 뜸 들 즈음이면 부식 거리를 주발에 담아 곧잘 쪄냈다. 계란찜, 강된장, 새우젓 등 종류도 다양했다. 여름이 무장무장 익어가는 계절에는 '애호박 새우젓찌개'가 상에 올랐다. 부르르 끓어오를 때 들어간 잘박잘박한 밥물, 짭짤한 국물은 아침 반찬으로는 그만이었다.

애호박 새우젓찌개 애호박 새우젓찌개

새우젓은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어 김치 담그거나 반찬의 간을 맞추는 데 사용한다. '풋젓'은 음력 정월 말경부터 4월, '곤쟁이젓'은 2월~3월, '오젓'은 5월에 담근 것으로 '오사리젓'의 준말이다. '육젓'은 6월에 수확한 산란기의 새우로 담그는데 주로 김장용으로 사용한다. '차젓'은 7월, '자하젓'은 8월에서 9월 사이, '동젓'은 11월, '동백하'는 2월, '새우알젓'은 4월에 어획한 중새우의 알을 모아 담근 젓이다. '토하젓'은 민물새우로 담근 젓이며, 아주 작은 새우로 담그는 '고개미젓'은 상추쌈에 곁들여 먹는다.

새우젓은 발효식품이다.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면역력 강화하는 성분은 감기 예방과 항암작용을 한다. 미세 단백질은 인지 능력에 도움을 주어 치매 예방, 베타인 성분은 지방간 개선, 프로테아제 성분은 음식물 소화를 돕는다. 돼지고기 먹을 때 새우젓을 곁들이는 이유이다. 애호박에 함유된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고, 비타민A, C는 위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선 시대 궁에서는 젓국조치나 김치에 육젓을 많이 사용했다. 백하젓은 삼삼하게 담가서 머리와 꼬리를 떼고 쟁첩에 담아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1800년대 말경의 '시의전서' 조리서에도 '호박 초나물' 요리가 소개되었다. 그만큼 애호박과 새우젓은 우리 식생활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

'주일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 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젓이 제일 맛있냐고 /신부님이 뒤통수를 긁으며 /글쎄 내가 자매님들 젓을 다 먹어봤겠느냐고/ 우리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그도 그렇겠노라고-정희성의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놀부표 애호박과 신부님이 추천하는 새우젓으로 찌개를 끓인다. 호박에 새우젓 넣고 식성에 따라 마늘, 고춧가루 첨가하면 완성이다.

Tip: 애호박은 무와 같이 조리하지 않는다. 무에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효소가 있어 호박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노정희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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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20 at 02: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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